2년전 봄. 현상하러 가기전에 한 컷이 남아 베란다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필름카메라에 대한 향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나를 찍던 기억으로부터 이어져 묘한 감정이 남아 있다. 찍는 의도보다는 현상과 인화, 스캔 과정에서 색감이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나오기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는 점 그리고 컷 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고 그 순간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지금은 유지비와 편의 때문에 DSLR로 넘어와서 언제 찍었는지도 가물가물한 사진이 많은데, 기억을 남기는 것도 상당히 가벼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뭐 기술이 발달해도 불만, 저래도 불만. 난 구식이 좋단 말이지. 히히
요즘은 그 좋아하는 카메라도 통 못들고 다닌다. 최근 몇 년간은 무거운 카메라를 렌즈까지 따로 잘 들고 다녔는데, 이젠 무겁기도 하고 찍을 시간도 없어서 충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부질없다 소리만 늘어놓는 귀찮은 노인이 되어버렸나보다. 갑자기 일을 시작하면서 생활 패턴이 뒤죽박죽이라 조급한 기분도 든다.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수다도 떨고.. 다시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밤이 유독 낯설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