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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2010/04/25 22:58 from 생각의 나열


토요일. 여느 날처럼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어머니께서 밥은 먹었느냐며 현관으로 나오시는데 피곤하신지 누워만 계셨다. 아버지는 약간 술에 취하신 느낌. 잠시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 입고 누워 있는데 아버지께서 한 말씀하셨다.

"엄마 선물 뭐 살 거냐"

"....."


안그래도 일요일에 약속 있다고 말해 버렸는데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동생한테 연락해보니 월요일이 어머니 생신이었네. 그나마 안 지난 것은 다행이지만 부모님이 음력 생일을 지내서 달력을 찾아보지 않으면 헷갈릴 때가 있어, 매해마다 어려워 하는 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가 죽일 놈이다.

일요일 오후, 제 발 저린 듯 외식을 자청하며 등산 다녀오신 부모님을 오리고기집으로 끌고 왔다. 괜히 돈 쓴다고 뭐라 하시지만, 부모님 얼굴은 이미 싱글 벙글이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제저녁에 아버지 어머니끼리 회 먹으러 다녀왔단다. 요즘 자식들은 일 다니고 매일 밤에 들어와 정신없으니 생일 챙길 겨를 없을 거다. 하시며 쓸쓸히 술한잔 하셨다고. 그래서 오늘 생일이라고 외식하는 게 그렇게 반가우셨단다. 그리고는 다음 달에 어버이날, 아버지생신 다 몰려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한 번에 하라시며 오히려 나와 동생 걱정을 하셨다.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짐이 될 일은 없을 거다. 같은 괜한 소리를 하시는 것도 마음이 느껴져서 어딘가 슬프기도 하고. 단 한 번도 아버지한테 사랑한다거나 존경한다는 말을 해본 적은 없는데, 아버지는 늘 내 인생의 방향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신다. 내가 봐온 27년 동안 그 흔한 말실수 한번 안 하시고..한결 같은 모습이다. 나도 내 자식들한테 우리 아버지처럼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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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상 트랙백 0 : commen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