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여느 날처럼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어머니께서 밥은 먹었느냐며 현관으로 나오시는데 피곤하신지 누워만 계셨다. 아버지는 약간 술에 취하신 느낌. 잠시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 입고 누워 있는데 아버지께서 한 말씀하셨다.
"엄마 선물 뭐 살 거냐"
"....."
안그래도 일요일에 약속 있다고 말해 버렸는데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동생한테 연락해보니 월요일이 어머니 생신이었네. 그나마 안 지난 것은 다행이지만 부모님이 음력 생일을 지내서 달력을 찾아보지 않으면 헷갈릴 때가 있어, 매해마다 어려워 하는 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가 죽일 놈이다.
일요일 오후, 제 발 저린 듯 외식을 자청하며 등산 다녀오신 부모님을 오리고기집으로 끌고 왔다. 괜히 돈 쓴다고 뭐라 하시지만, 부모님 얼굴은 이미 싱글 벙글이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제저녁에 아버지 어머니끼리 회 먹으러 다녀왔단다. 요즘 자식들은 일 다니고 매일 밤에 들어와 정신없으니 생일 챙길 겨를 없을 거다. 하시며 쓸쓸히 술한잔 하셨다고. 그래서 오늘 생일이라고 외식하는 게 그렇게 반가우셨단다. 그리고는 다음 달에 어버이날, 아버지생신 다 몰려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한 번에 하라시며 오히려 나와 동생 걱정을 하셨다.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짐이 될 일은 없을 거다. 같은 괜한 소리를 하시는 것도 마음이 느껴져서 어딘가 슬프기도 하고. 단 한 번도 아버지한테 사랑한다거나 존경한다는 말을 해본 적은 없는데, 아버지는 늘 내 인생의 방향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신다. 내가 봐온 27년 동안 그 흔한 말실수 한번 안 하시고..한결 같은 모습이다. 나도 내 자식들한테 우리 아버지처럼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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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5 외식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