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년 전이었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갑내기
CIDD를 만났다. 블로그처럼 말끔하고 샤프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는 베이프캡과 레어한 서울06티셔츠, BBC개바지에 아이스크림을 신고 등장. 나에게 엄청난 컬쳐쇼크였다. 어쨌든 둘 다 별 대단한 것 없이 문화생활에 관심 가지고 키보드워리어를 하고 있던 나날 중에 용기를 내어 360파티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순간.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 11월,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허무함에 빠져있던 중,
CIDD로부터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비슷한 뜻을 가진
만두를 만났고 'Awaken'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것. 거의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회의를 했고 생산 직전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아래,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렸다.
그 프로젝트로 나는 컴퓨터 그래픽과 웹사이트 구축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기에,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그 사이
CIDD는 스트릿 매거진
Syoff에서 에디터로 입사하면서 관계자 간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만두는
도큐먼트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곧 명동 A랜드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반가우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초조했다. 말로는 "학원만 수료하면 학원만 수료하면.." 이라고 했지만, 학원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사실 학원 수료직후 취업의 기회가 있었는데, 자격증 시험 결과가 나오는 한 달 후를 유예기간으로 두고 아무 곳도 지원하지 않았다. 정말 무섭게도 수료 한달의 시간도 흘러가버렸고 우연히 카시나 모집 공고를 발견해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까지 봤다. 이전까지는 늘 누군가의 도움이나 운이 좋아서 일을 하게 된 경우뿐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해, 내 손으로 이력서를 쓰고 회사 면접까지 본다는 게 그토록 낯설 수가 없다. 26살이나 먹고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처럼 되고 말았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심상치 않은 기분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출근 언제부터 가능하세요?"
- "아... 전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의욕을 보이며)
"내일부터 나오시겠어요?"
- "아..... 모레부터는 안 될까요...." (당황하며)
얼마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으면 내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기대조차 안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공부해온 것과 너무 다를 것 같은 실무 경험,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들, 처음 겪는 환경들... 걱정이 앞서지만 이번처럼 언제나 난 능력에 비해 운이 좋았으니까. 잘 될(할) 거라고 믿어본다.
신발 하나 사겠다고 캠핑하던 회사에서 내가 일을 한다니. 푸하하, 좋아하는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을까? 잘난 공무원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 부모님도 아들 뭐하냐는 질문에 대답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성급하지만 취업대란, 결혼대란... 대란의 20대로서 행복 평균치는 따라온 것 같다. 적어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