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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도 공부가 절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12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5)
아마 2년 전이었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갑내기 CIDD를 만났다. 블로그처럼 말끔하고 샤프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는 베이프캡과 레어한 서울06티셔츠, BBC개바지에 아이스크림을 신고 등장. 나에게 엄청난 컬쳐쇼크였다. 어쨌든 둘 다 별 대단한 것 없이 문화생활에 관심 가지고 키보드워리어를 하고 있던 나날 중에 용기를 내어 360파티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순간.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 11월,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허무함에 빠져있던 중, CIDD로부터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비슷한 뜻을 가진 만두를 만났고 'Awaken'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것. 거의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회의를 했고 생산 직전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아래,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렸다.

그 프로젝트로 나는 컴퓨터 그래픽과 웹사이트 구축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기에,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그 사이 CIDD는 스트릿 매거진 Syoff에서 에디터로 입사하면서 관계자 간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만두도큐먼트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곧 명동 A랜드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반가우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초조했다. 말로는 "학원만 수료하면 학원만 수료하면.." 이라고 했지만, 학원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사실 학원 수료직후 취업의 기회가 있었는데, 자격증 시험 결과가 나오는 한 달 후를 유예기간으로 두고 아무 곳도 지원하지 않았다. 정말 무섭게도 수료 한달의 시간도 흘러가버렸고 우연히 카시나 모집 공고를 발견해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까지 봤다. 이전까지는 늘 누군가의 도움이나 운이 좋아서 일을 하게 된 경우뿐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해, 내 손으로 이력서를 쓰고 회사 면접까지 본다는 게 그토록 낯설 수가 없다. 26살이나 먹고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처럼 되고 말았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심상치 않은 기분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출근 언제부터 가능하세요?"

- "아... 전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의욕을 보이며)

"내일부터 나오시겠어요?"

- "아..... 모레부터는 안 될까요...." (당황하며)


얼마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으면 내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기대조차 안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공부해온 것과 너무 다를 것 같은 실무 경험,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들, 처음 겪는 환경들... 걱정이 앞서지만 이번처럼 언제나 난 능력에 비해 운이 좋았으니까. 잘 될(할) 거라고 믿어본다.


신발 하나 사겠다고 캠핑하던 회사에서 내가 일을 한다니. 푸하하, 좋아하는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을까? 잘난 공무원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 부모님도 아들 뭐하냐는 질문에 대답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성급하지만 취업대란, 결혼대란... 대란의 20대로서 행복 평균치는 따라온 것 같다. 적어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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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상 트랙백 0 : comment 15